학업 중단 청소년 복교 프로그램 '심성수련 교육' 현장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15-03-18 00:00
본문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에게 복교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정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심성수련 교육이 지난달 27일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한순간의 잘못으로 학교를 떠난 아이들.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 주변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부산 지역 초·중·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모두 1천812명(초등생 85명, 중학생 386명, 고교생 1천341명). 이런 청소년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복교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심성수련 교육 현장을 가봤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냥 답답했어요. 세상에 대해 반항기가 있었던 거죠. 알바 생활을 하며 돈도 벌어봤지만 몇 푼 되지 않았어요. 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평생 이것밖에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3개 기관 협력 매년 2회 실시
공부·학교생활에 필요한
다채롭고 구체적인 내용 교육
꼭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최종 복교 판정의 중요한 기준
참여 청소년들 열의 남달라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한 김 모(16) 군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세상일을 겪어보니 다시 복교하고 싶어졌고 친구들과 함께 이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쉽게 학교를 그만두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학교 현장에 돌아가면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체육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학교에 다니겠다는 결심이 섰다.
키가 크고 몸매가 날씬한 이 모(16) 군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이번 복교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직 복교 결심은 반반이에요.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이거든요. 안 되면 검정고시라도 볼 생각도 있어요." 이 군의 마음은 심성교육 뒤 조금씩 움직였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은 모델이 되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 다니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부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부산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심성수련 교육은 학업 중단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올 상반기 교육에는 부산지역 학업 중단 청소년 66명이 신청, 이 가운데 53명이 참여했다. 남고 4개 반, 여고 1개 반, 남중 2개 반, 여중 1개 반 등 모두 8개 교실로 나뉘어 4일간 집단 상담이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학교 분위기에 동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다채롭고 구체적인 내용이다. '나의 성공 스토리' 적기, 비합리적 사고 찾아보기, 진로 관련 실천 계획 세우기, 학교생활 걸림돌 뛰어넘기, 스트레스 날리기, 칭찬 일기 적기, 시간 관리 및 목표 설정 방법 등 공부와 학교생활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27일 마지막 날, 청소년 53명 전원에 대해 복교 판정이 내려졌다. 1996년 부산에서 시작한 이 복교 프로그램은 전국의 롤 모델이다. 지금까지 6천559명이 신청해 5천15명이 복교의 기쁨을 맛봤다.
■학교 복귀 제대로 되려면
학업 중단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6만여 명에 달한다. 주요 원인은 '가정 해체'다. '자퇴생'이라면 비행 청소년을 떠올리지만 '학교 부적응' 때문에 그만둔 학생들도 많다. 학교 현장에서 학업 위주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인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들 청소년이 성적 비관에 빠지거나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게 문제다.
부산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김부자 소장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시 다니겠다고 각오를 세우지만 막상 닥치면 힘들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적응력을 키워 한 명이라도 더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올해는 심성수련교육 신청자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김 소장은 "보통 교육청으로부터 수천 명 정도의 학업 중단 인적 사항을 넘겨받아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면 봄에 200여 명, 가을에 100여 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130명 정도의 명단만 확보돼 실제 신청자는 60여 명에 그쳤다"고 했다.
이는 학업 중단 학생이 실제로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인적 사항을 적은 개인정보 공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꺼린다. 김 소장은 "모든 학업 중단 관련 명단을 제출받을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는 법률이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판정관으로 참여한 정현섭 장학사는 "상담 내용이나 출석률을 보긴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려는 청소년들의 의지와 성숙한 사고가 복교 판정의 큰 기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교사와 학생을 1대 1로 연계해 학업중단 재발을 예방하는 '디딤돌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학업 중단을 막기 위해 최장 50일까지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학업중단 숙려제'도 실시 중이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한순간의 잘못으로 학교를 떠난 아이들.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 주변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부산 지역 초·중·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모두 1천812명(초등생 85명, 중학생 386명, 고교생 1천341명). 이런 청소년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복교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부산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심성수련 교육 현장을 가봤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냥 답답했어요. 세상에 대해 반항기가 있었던 거죠. 알바 생활을 하며 돈도 벌어봤지만 몇 푼 되지 않았어요. 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평생 이것밖에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3개 기관 협력 매년 2회 실시
공부·학교생활에 필요한
다채롭고 구체적인 내용 교육
꼭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최종 복교 판정의 중요한 기준
참여 청소년들 열의 남달라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한 김 모(16) 군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세상일을 겪어보니 다시 복교하고 싶어졌고 친구들과 함께 이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쉽게 학교를 그만두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학교 현장에 돌아가면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체육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학교에 다니겠다는 결심이 섰다.
키가 크고 몸매가 날씬한 이 모(16) 군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이번 복교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직 복교 결심은 반반이에요.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이거든요. 안 되면 검정고시라도 볼 생각도 있어요." 이 군의 마음은 심성교육 뒤 조금씩 움직였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은 모델이 되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 다니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부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부산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심성수련 교육은 학업 중단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올 상반기 교육에는 부산지역 학업 중단 청소년 66명이 신청, 이 가운데 53명이 참여했다. 남고 4개 반, 여고 1개 반, 남중 2개 반, 여중 1개 반 등 모두 8개 교실로 나뉘어 4일간 집단 상담이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학교 분위기에 동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다채롭고 구체적인 내용이다. '나의 성공 스토리' 적기, 비합리적 사고 찾아보기, 진로 관련 실천 계획 세우기, 학교생활 걸림돌 뛰어넘기, 스트레스 날리기, 칭찬 일기 적기, 시간 관리 및 목표 설정 방법 등 공부와 학교생활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27일 마지막 날, 청소년 53명 전원에 대해 복교 판정이 내려졌다. 1996년 부산에서 시작한 이 복교 프로그램은 전국의 롤 모델이다. 지금까지 6천559명이 신청해 5천15명이 복교의 기쁨을 맛봤다.
■학교 복귀 제대로 되려면
학업 중단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6만여 명에 달한다. 주요 원인은 '가정 해체'다. '자퇴생'이라면 비행 청소년을 떠올리지만 '학교 부적응' 때문에 그만둔 학생들도 많다. 학교 현장에서 학업 위주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인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들 청소년이 성적 비관에 빠지거나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게 문제다.
부산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김부자 소장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시 다니겠다고 각오를 세우지만 막상 닥치면 힘들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적응력을 키워 한 명이라도 더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올해는 심성수련교육 신청자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김 소장은 "보통 교육청으로부터 수천 명 정도의 학업 중단 인적 사항을 넘겨받아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면 봄에 200여 명, 가을에 100여 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130명 정도의 명단만 확보돼 실제 신청자는 60여 명에 그쳤다"고 했다.
이는 학업 중단 학생이 실제로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인적 사항을 적은 개인정보 공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꺼린다. 김 소장은 "모든 학업 중단 관련 명단을 제출받을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는 법률이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판정관으로 참여한 정현섭 장학사는 "상담 내용이나 출석률을 보긴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려는 청소년들의 의지와 성숙한 사고가 복교 판정의 큰 기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교사와 학생을 1대 1로 연계해 학업중단 재발을 예방하는 '디딤돌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학업 중단을 막기 위해 최장 50일까지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학업중단 숙려제'도 실시 중이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 이전글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부산서 첫 개소 15.04.14
- 다음글부산시, 숲생태체험교실 운영 15.03.12